공항 출발시간은 오후 6시경 비행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8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방콕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압니다.

공항 가기 전에 대원출판사에 들려서 파리의 정성우 형님께 드릴 만화책들을 받았습니다.200권 정도 넘으니까(막 나온 잡지들도 챙겨주셨음) 들고가는게 힘들긴 했지만 어찌어찌 근성으로 싣고 갔습니다.

전 캐리어 없이 배낭 큰거에 제가 쓸것들 쑤셔넣고 여행중에 읽을 책하고 워크맨에 넣을 건전지들 잔뜩 사가지고 간게 다였습니다만...그래도 무게 걱정은 되더군요.

짐 날라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 무게 엄청납니다. 많이들 모르시겠지만 종이에는 보존과 보관 그리고 미백을 위해서 돌가루까지 넣거든요...그러니 무게가 엄청날 수 밖에 없습니다.

김포공항으로 가서 1진들과 합류하니 다들 제 짐과 차림을 보고 황당해 하더라구요. 만화책부터 눈에 딱 띄기도 했지만 허리에 찬 30m 로프부터 시작해서 헨켈 다용도 주머니칼(흔히 '맥가이버 나이프'라고 불리는 그거요)이 있었고 짐 중에는 미군 C레이션 몇종류가 있다보니 딱 바라보는게 '얘 뭐냐?' 였습니다. 심지어 마중나온 부천 서포터분중 한분은 "야 너 서바이벌 게임 가는거냐?" 라고 하셨을 정도였어요.

만화책은 다른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여러명이 나눠서 자기 짐에 넣어주셨어요.

각자 개인 짐 말고도 응원용으로 챙겨간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톰톰이 아닌 베이스드럼을 가져간 거였죠. 1진에서 베이스드러머는 저였습니다. 북채는 10개 챙겼죠. 이거 관리는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 이외에도 깃발, 깃대 등 가져가는게 많았습니다. 깃대는 한전에서 도움 받았다고 했습니다.

지금과 다른 시기다보니 깃대로 쓸만한 것을 찾지 못한거죠. 금속제는 반입불가였고 대나무를 가지고 가자니 1997년 도쿄대첩 때 처럼 검역문제가 나올게 뻔해서 찾다찾다 나온게 이거였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단체'로 묶어서 항공화물 무게를 아슬아슬하게 맞췄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음식 관련해서도 당시 막 나와서 등산이나 캠핑 좋아하는 분들에게 화제였던 '온도락'이라는 것을 지원받았습니다. 이게 뭐냐면 3분카레 같은걸 바로 데워주는 도시락이었어요. 실제로 도시락 라면과 비슷한 크기였고 그 안에는 3분요리 파우치와 햇반이 들어 있었어요. 밑에 있는 히트팩의 줄을 당기면 히트팩이 가열되서 3분뒤에 따듯한 밥과 카레나 짜장을 먹을수 있게 만든 거였는데 당시 막 나와서 홍보하고 있던 거였죠.

농협과 오뚜기에서도 지원이 있었습니다. 농협에선 진공포장된 김치를 지원해 주었고 오뚜기는 3분요리들을 1/2진을 통해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게 여행중에는 짐이 되었지만 그래도 한국음식 그리울 때 마다 큰 힘이 되어주었죠.

그걸 보자마자 전 '아씨 C레이션 괜히 많이 샀네' 였습니다. 역시 우리 입맛에는 우리 음식이 최고니까요.

돌아가신 양광성 형님께서도 회사에서 오셔서 배웅해 주셨습니다.

제 손에 100달러 지폐를 쥐어주시며

"너 돈 모자를거 같아서 보태준다. 가서 잘 쓰고 못가는 내 몫까지 소리지르고 와라. 20kg 이상 안빠져서 오면 넌 나에게 죽을줄 알어"

라고 덕담 해 주신걸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전 30kg 빠져서 왔습니다. 앞으로 쓰는 이야기 다 보심 '30kg 빠질만 했네' 하실 겁니다. 이게 월드컵 한국 경기들 끝나고 10일 정도 더 있다 오면서 열심히 먹어제꼈는데도 이정도였으니...-_-;;;

여튼 비행기를 탔습니다. 처음 타보는 타이항공은 친절한 승무원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인 승무원도 계셨어요. 첫번째 목적지는 타이페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