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 1995 역사 아카이브 · 에디토리얼

(현장 기록 (이민호 수기, 2005) · 1세대 서포터즈 구전 증언 및 기록)

영광스러운 역사 뒤에는 언제나 이름을 남기지 않고 헌신한 '최초의 거인들'이 존재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프로축구 지지자 연대의 대명사이자 부천의 상징이 된 이름, '헤르메스(Hermes)'. 스폰서명이나 단순한 지역명에 기대지 않고 오직 지지자 스스로의 철학으로 탄생한 이 명칭의 뒤에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두 자매—심혜미, 심유미 지지자가 있었습니다. 이 에디토리얼은 부천 서포터즈 역사의 첫 장을 열어젖힌 두 자매의 발자취를 공식 기록으로 보존하기 위한 헌사입니다.

1. 명칭 통일 이전의 혼재기 (1995~1997)

1995년 유공 코끼리 축구단의 응원단이 최초로 태동했을 때, 이들을 하나로 묶어줄 단일화된 고유 명칭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대 미디어와 서포터즈 내부에서는 '유공응원단', '유공코끼리응원', '부천유공서포터즈', '부천서포터즈' 등의 명칭들이 혼용되었습니다. 이는 구단 스폰서명이나 행정 연고지에 종속되어 명명되던 1세대 한국 축구 서포터즈의 전형적인 한계였습니다.

실제로 동시대의 타 구단(예: 안양 LG 치타스 서포터즈 등) 역시 독자적인 고유 명칭 없이 구단명을 그대로 차용해 활동하던 관행이 지배적이었습니다. 1996년 부천으로의 연고지 이전 이후에도 이러한 명칭의 혼재는 한동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2. 목동의 겨울, 그리고 단일 명칭 제정의 필요성

부천종합운동장의 완공 전까지 임시 홈구장으로 기능했던 서울 목동운동장 시기는 부천 서포터즈의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던 시기였습니다. 조직의 규모가 커져감에 따라, 명칭의 혼재가 가져오는 정체성 분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마침내 1997년 겨울, 목동운동장 내 간이식당에서 서포터즈의 정식 명칭을 단일화하기 위한 모임이 소집되었습니다.

당시 서포터즈 지도부는 명칭 확정에 앞서 하이텔, 유니텔 등 당대 핵심 소통 창구였던 PC통신 축구동호회 소모임들을 통해 사전 공모안을 취합했습니다. 회의 현장에서는 대기업 스폰서인 'SK'의 이니셜을 반영하자는 의견을 포함해 여러 제안들이 논의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기존의 정형화된 틀과는 다른, 참신하고 격조 있는 제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습니다. 심유미·심혜미 자매가 공동으로 제시한 명칭안이었습니다.

3. 심혜미 · 심유미 자매

자매가 제안한 명칭은 그리스 신화 속 올림푸스의 12번째 신이자, 신들의 뜻을 전하는 전령이며 여행자와 목동의 수호신인 '헤르메스(Hermes)'였습니다. 특정 기업이나 지명에 갇히지 않고, 그라운드 위 11명의 선수를 넘어 경기장 전체를 누비며 소식을 전달하는 '12번째 선수'로서의 서포터즈 정체성에 부합하는 이름이었습니다.

  • 이 제안은 예상치 못한 신선함과 서사적 의미로 참석자들의 지지를 얻었고,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과로 부천 서포터즈의 공식 단일 명칭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최초로 등번호 12번을 지지자 연대에게 헌정하는 영구결번 문화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그해 겨울 목동경기장 내 식당에서 모임을 가진 부천 서포터는 정식 명칭을 짓기 시작했다. 별에 별 이름이 다 나왔다. SK 이니셜을 딴 것부터 해서... 결국 심혜미란 분이 의견을 낸 그리스 신화의 나오는 12번째 신 헤르메스가 당선되었다..." 사료 발췌 — 이민호 수기, 2005

4. 제가 기억하는 두 사람

헤르메스라는 이름은 창단과 연고 이전, 시민구단으로의 부활로 이어지는 부천 축구의 역사 속에서 늘 상징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이름을 우리에게 선물해 준 두 자매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오랜 세월 속에 희미해져 갔습니다.

당시 목동운동장에서 두 분을 직접 뵌 기억으로는, 나이와 서포터 경력을 불문하고 모두가 편안하게 '누나'라고 부르며 따를 만큼 다정하고 친근한 성품을 지녔습니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초기 서포터즈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으며, 당시 교육계에 종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이는 제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한 것으로 별도 사료로 확정된 정보는 아닙니다. 부천 축구의 무대가 2000년 부천종합운동장으로 전환될 무렵부터 이들은 경기장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우리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취를 감춘 두 분을 기록에서 누락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를 남깁니다.

이 글을 심혜미, 심유미 누님께서 직접 보시거나, 혹은 두 분의 근황과 연락처를 알고 계시는 지지자가 계신다면 부천FC 서포터즈 아카이브의 공식 제보 이메일로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ORIGINAL 1995 부천FC 1995 서포터즈 역사 보존 아카이브 · history.bucheonf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