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1995 · EDITORIAL
낭만이 자본을 이기다
부천 축구의 30년은 대한민국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도 잔인한 잔혹사였으며, 동시에 가장 위대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였다. 1995년 PC통신 한 구석에서 축구가 좋아 모였던 청년들의 모임 '헤르메스'가 훗날 국내에서 확인되는 최초의 자발적 서포터즈 조직화 사례가 되고, 나아가 파산 직전의 연고지를 구원할 거대한 뿌리가 될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흔히 축구를 비즈니스라 말하지만, 부천의 축구는 생존이었고 존엄이었다. 2006년 겨울, 자본의 논리에 따라 연고지가 하루아침에 제주로 팔려 나갔을 때, 부천 시민들이 목놓아 부른 것은 단순한 '구단'이 아니었다. 빼앗긴 자신들의 일상과 추억, 그리고 도시의 이름이었다. 그 아픔을 딛고 팬들이 직접 주머니를 털어 '부천 FC 1995'의 깃발을 다시 올렸을 때, 이 구단은 이미 승패를 넘어선 무언가가 되었다. K3리그의 진흙탕에서 시작해 2013년 마침내 프로 2부리그에 진입하기까지, 이들의 매 걸음은 한국 축구계에 던지는 거대한 질문이었다.
"축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운명처럼 찾아온 2025년은 그 30년 응어리가 마침내 찬란한 꽃을 피운 해로 기억될 것이다. 코리아컵에서 과거 자신들의 영혼을 앗아갔던 '제주'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1-0으로 침몰시켰을 때 부천종합운동장을 가득 채운 함성은 단순한 승전보가 아닌 억눌린 세월에 대한 엄숙한 복수극이었다. 기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5년 12월, 모두가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K리그1 승격 전쟁에서 수원 FC를 승리한 후 마침내 대한민국 최상위 무대로 비상하는 순간, 현장의 수많은 이들은 기어코 눈물을 쏟아냈다.
헤르메스 결성 30주년이라는 해에 완성된 이 극적인 1부리그 승격은, 자본이 스포츠를 지배하는 시대에 '팬과 시민이 중심이 된 낭만'이 여전히 증명될 수 있음을 보여준 서사다. 무덤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기어이 황금빛 왕좌의 문을 두드린 부천 FC 1995. 이들의 역사는 대한민국 축구가 존재하는 한, 가장 뜨겁고 순수한 기적의 텍스트로 기록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역사를 함께 할 수 있어 항상 영광입니다.
[역사적 순간 10선 상세 보기]
1. 1995년 · 모태 서포터즈 '헤르메스'의 결성
유공 코끼리 축구단을 응원하던 팬들이 PC통신을 통해 본격적으로 교류를 시작하며 결성된 '헤르메스'는, 국내에서 확인되는 최초의 자발적 서포터즈 조직화 사례로 꼽힌다. 부천 FC 1995의 이름에 '1995'가 들어가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2. 1996년 · 부천시 연고지 지정 및 정착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서울 연고 공동화 정책에 따라 유공 코끼리가 부천시로 연고를 이전하며 '부천 유공'으로 팀명이 바뀌었다. 이후 모기업 명칭 변경에 따라 '부천 SK'로 활동하며 부천 시민들과 깊은 유대감을 쌓기 시작했다.
3. 2001년 · 부천종합운동장 시대의 개막
그동안 홈구장 완공 문제로 목동종합운동장 등을 전전하던 부천 SK가 마침내 완공된 부천종합운동장에 둥지를 틀며 진정한 의미의 부천 홈경기를 개최하게 되었다.
4. 2006년 · 연고지 이전의 아픔과 눈물
2006년 2월 2일, 모기업 SK가 하루아침에 제주도로 연고지 이전을 기습 발표하면서 부천 SK는 사라지게 되었다. 축구 도시 부천의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이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아픔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5. 2007년 · 팬들이 직접 만든 구단, '부천 FC 1995' 공식 창단
팀을 잃은 헤르메스와 부천 시민들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부천 축구클럽 창단 시민모임'을 발족했다. 수많은 노력 끝에 2007년 12월 1일, 팬들이 주도가 되어 직접 창단한 시민구단 '부천 FC 1995'가 공식 출범했다.
6. 2008년 · K3리그 참가 및 시민구단의 첫걸음
아마추어 리그인 K3리그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구단 운영을 시작했다. 비록 하부리그였지만 부천종합운동장에는 여전히 뜨거운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고, 시민구단 모델의 가능성을 세상에 증명했다.
7. 2013년 · 프로 무대(K리그 챌린지) 진입
승강제가 본격 도입되면서 부천 FC 1995는 마침내 프로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 진입에 성공했다. 연고 상실의 아픔을 겪은 지 7년 만에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온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8. 2016년 · 구단 사상 첫 FA컵 4강 신화
2016년 FA컵(현 코리아컵)에서 클래식(1부) 팀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구단 역사상 최초로 FA컵 4강에 진출했다. 시민구단의 저력을 전국에 보여준 사건이었다.
9. 2025년 · '연고지 라이벌' 제주 유나이티드 격파
2025년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에서 과거 자신들의 팀을 가져갔던 제주 유나이티드(옛 부천 SK)와 홈에서 역사적인 맞대결을 펼쳤다. 부천 FC 1995는 1-0 승리를 거두며 오랜 세월 맺힌 응어리를 필드 위에서 풀어냈다. • 결승골: 이의형 (후반 40분)
10. 2025년 12월 · 창단 18년 만의 감격적인 'K리그1 승격'
2025 시즌 K리그2에서 구단 역사상 최고 순위인 3위를 기록하며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수원 FC와의 단판 승부에서 1차전 1-0, 2차전 3-2(합계 4-2)로 승리를 거두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K리그1 승격을 완성했다. 헤르메스 결성 30주년이 되는 해에 거둔 결실이다.
ORIGINAL 1995 — history.bucheonf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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