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먼저였던 구단들과, 팬이 먼저였던 구단 하나. 세금을 받는다는 사실은 같지만, 그 세금이 구단을 좌우하지 못하게 만든 방식은 다르다.
01. 출발점이 다르다: 탑다운 vs 바텀업
지금 시민구단들이 두들겨 맞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자체장이 "우리 도시도 프로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예산부터 편성하고, 그다음에 팀을 만들고, 그다음에 팬을 모으는 순서였기 때문이다. 예산이 먼저고 팬은 나중이었다.
부천FC 1995는 이 순서가 완전히 뒤집혀 있다. 2006년 2월, 당시 현존 프로축구단 중 가장 오래된 구단이었던 부천SK가 하루아침에 제주로 연고를 옮기자, 팀을 빼앗긴 팬들은 기업의 판단에 좌우되는 구조 대신 유럽처럼 팬이 주인이 되는 구단을 만들자며 직접 팀을 창단했다. 2007년 12월 1일 창단식, 2008년 K3리그 참가, 2013년 K리그2 진입까지 — 모두 지자체가 아니라 팬들이 먼저 움직여 만든 결과였다. (아시아투데이 기획기사 보기)
다른 시민구단들이 지자체라는 온실 속에서 자라난 화초라면, 부천FC는 버려진 땅에서 팬들이 직접 물을 준 들꽃에 가깝다.
02. 지금도 남아 있는 네 가지 DNA
① 시민 주주와 사회적협동조합 — 검증된 성장 과정
팀을 운영하는 법인 '㈜부천에프씨1995'와는 별개로, 팬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부천FC 사회적협동조합'이 존재한다. 2015년 8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 인가를 받아 그해 9월 1일 설립됐으며, FC바르셀로나·썬키스트·제스프리처럼 회원(시민)이 주인이 되는 세계적 협동조합 모델을 지향한다고 스스로 표방한다. K리그 구단 중 최초로 구단 법인과 별개인 지원형 사회적협동조합 법인을 만든 선도 사례로 평가받는다.
조합의 재원은 시 예산과는 별개로 조합원 조합비·기업 후원·출자금 운용 수익으로 돌아가는데, 이 재원이 실제로 커지고 있다는 근거도 최근 확인됐다. 부천이 K리그1 승격 후 처음 연 2026년 정기 대의원총회(4월 7일, 대의원 109명 중 70명 참석)에서 조합은 정기 후원자 모집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고 밝히며, 올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구단·유소년 육성 지원을 더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원정 응원 버스 운영도 조합 직영에서 서포터즈 헤르메스로 넘기고, 조합은 행정·예산 지원 역할로 재조정하는 등 조직 구조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2026년 정기총회 기사 보기)
○설립 : 2015.08.19 문체부 인가 · 2015.09.01 설립
○2026년 정기총회 : 대의원 109명 중 70명 참석 · 후원자 모집 목표 초과 달성 → 목표 상향
○이사장 : 김수경 (헤르메스 회원 출신 기업인, 창단 초기부터 물적 지원)
② 가성비 중심의 예산 집행
2025년 부천의 지자체 지원금은 49억 원, 2026년 시 출연금도 50억 원 안팎으로 다른 시민구단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K리그1 승격이 확정된 2026년에야 87억 원으로 늘었지만, 그마저도 전북·대전의 200억 원대 인건비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돈이 없으니 하부리그에서 원석을 찾아내는 스카우팅과 유소년 육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저비용 고효율 스쿼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었다. (시민구단 세금 의존 관련 사설 보기)
③ 지자체 입김으로부터의 상대적 독립성 — 실제로 확인되는 '클린 운영'
많은 시민구단은 선거로 시장이 바뀌면 구단 경영진과 감독까지 정치적 이유로 흔들리는 '외풍'에 취약하고, 지역 정치권의 입김이 은근히 선수 스카우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된다. 부천은 다르다. 2021년 이영민 감독이 부임할 당시 장덕천 전 시장과 나눈 약속대로 낙하산 선수 영입이 없었고, 이 원칙은 조용익 현 시장 체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구단주인 시장 본인이 불간섭 원칙을 지키다 보니, 애초에 외압이라는 말조차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시사저널 기사 보기)
④ 팬들의 예산 감시
대부분의 구단에서 팬은 티켓과 굿즈를 사는 '고객'이지만, 부천FC 팬들은 구단을 만든 당사자다.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세운 조직이라는 주인의식은, 방만한 경영을 견제하는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감시 장치로 작동한다.
03. 세금을 받는 건 사실이다 — 다만 부천은 '탈세금 모델'을 실제로 실험하고 있다
여기서 정직하게 짚을 부분이 있다. 부천FC 역시 다른 시민구단과 마찬가지로 지자체 세금(2026년 기준 시 출연금 약 87억 원)을 받아 운영되는 구단이다. 한국 시민구단 전체가 준조세·세금에 의존해 방만 운영과 재정난을 반복해 왔다는 비판—2026년 기준 K리그 1·2부 17개 시민구단에 투입된 지자체 예산이 총 1,511억 원에 달한다는 지적—에서 부천도 예외는 아니다.
[Fact Check]
부천이 다른 구단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세금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위를 말로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대안을 실험하고 있다는 데 있다.
▲ 시 예산과 완전히 분리된 별도 재원 창구(사회적협동조합)를 2015년부터 운영하며 후원 규모를 스스로 키워가고 있고
▲ 대다수 시민구단이 지자체 지원 없이는 운영비의 70~80%조차 채우지 못하는 것과 달리, 부천은 애초에 지원금 규모 자체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며 저비용 구조로 리그 상위권 성적(2026년 K리그1 승격, 개막전 전북 현대 격파)을 만들어냈으며
▲ 구단주인 시장이 스스로 불간섭을 지키는 관행을 통해, 세금이 들어가는 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인 '정치적 개입'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세금을 완전히 끊어낸 것은 아니지만, 세금이 구단을 좌우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안전장치를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 시민구단 중 가장 진전된 형태의 자립 모델로 꼽힐 만하다.
04. 그리고, 기업구단이 정답도 아니다
부천의 역사 자체가 "그럼 기업구단이 낫지 않냐"는 반문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부천SK는 관중 수가 적다는 이유 하나로 팬들과 상의 없이 하루아침에 연고를 옮겼다. 최근의 수원삼성 사례도 비슷한 교훈을 준다. 2022년 승강 플레이오프 문턱까지 몰렸다가 잔류했던 이 명문 구단은 결국 2023년 창단 이래 최초로 K리그2로 강등됐는데(일간스포츠 보도 보기), 흥행 지표는 나쁘지 않았음에도 대기업 계열사 특유의 인사 관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기업이 소유해도 프런트가 팬과 유리된 채 폐쇄적으로 운영되면 똑같이, 어쩌면 더 크게 망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세금 먹는 시민구단이냐, 책임감 있는 기업구단이냐"는 질문 자체가 틀렸다. 진짜 질문은 "이 구단이 누구를 위해, 누구의 힘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존재하는가"다.
부천FC 1995는 세금을 아예 받지 않는 구단은 아니다.
하지만 세금 의존을 줄이고 팬 스스로 재원과 감시 권한을 함께 쥐는 구조를
2015년부터 실제로 만들어온, 한국 축구 안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대안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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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FC 사회적협동조합 안내
부천FC 사회적협동조합은 부천시의 축구 발전과 저변 확대, 그리고 K리그1 부천FC 1995 시민구단 활성화를 위해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인가를 받아 설립된 비영리 조직입니다. 위 본문에서 다룬 후원자 확대·자립 재원 구조가 바로 이 조합을 통해 실현되고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 부천FC 사회적협동조합 → 조합원 가입 안내 → 후원하기 →
●시민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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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1995 · 부천FC 1995 서포터즈 아카이브history.bucheonf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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