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출처: 박중현 (전 하이텔 축구동호회 운영진), "부천FC 1995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2009. 8. 17.
수원삼성 서포터즈(프렌테 트리콜로) 블로그 재게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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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서포터즈(프렌테 트리콜로) 블로그에, 2009년 박중현 님(당시 하이텔 축구동호회 운영진)이 남긴 회고글이 있다. 이 글을 인용하며 "1995년 유공 응원은 다른 팀 팬들의 품앗이에 불과했으니, 부천의 역사적 뿌리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글을 끝까지 읽으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른다.
1. 있었던 일 — 박중현 님이 직접 "증언"한 사실
1995년 봄, 하이텔 축구동호회 회원들은 동대문운동장을 오가며 뿔피리를 불고 북을 쳤다. 응원 대상은
유공 서울 세 팀 중 관중이 가장 없던 팀. 이유는 단순했다. 침체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바꿔보고 싶었을 뿐이다.
몇 경기가 지나자 구단 쪽에서 먼저 이들을 찾았다. 이계원 단장(당시 유공 단장)과의 식사 자리에서 유니폼을 요청했고, 구단은 대신 단체 티셔츠와 북을 내주었다. 사람들은 이 무리를 "동대문파"라 불렀다.
이것이 사실이다. 조직의 이름이 있었고, 정기적인 모임이 있었고, 구단과의 직접적인 교섭이 있었고, 물질적 지원이 오갔다.
2. 있었던 판단 — 박중현 님 본인의 해석
박중현 님은 이 글 서두에서부터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서 구절을 인용하며, 부천FC 1995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진심으로 반기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 소회로 "서포터의 시작은 1997이 맞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유공 응원에 대해서도 "실제 서포터가 만들어졌다고 하기는 힘들었다"고 썼다. 사랑해서가 아니라 전략으로 응원했으니까, 라고.
이는 어디까지나 부천을 향한 애정 어린 회고 속에서 나온 사견이다. 그를 부천의 반대편에 세우고 그 말을 무기로 삼는 것이야말로, 그가 글 전체에서 보여준 선의를 거스르는 일이다.
동기가 사랑이 아니라 전략이었다는 고백이, 그해 봄 동대문운동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조직적 응원 행위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는다. 시작이 순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시작이 아니게 되지는 않는다.
이를 두고 "공식 단체가 아니었으니 서포터즈가 아니었다"고 우기는 것은 동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공을 차고, 팀 이름까지 붙여 활동했다고 하자. 처음부터 정식 축구클럽으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그들이 축구팀으로 활동한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실제 활동의 존재와 공식적인 조직화는 서로 다른 문제다. 하나는 사람이 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일에 붙는 이름과 서류일 뿐이다.
정식 등록 단체조차 없던 초기의 모임에서, 몇 마디 말꼬리를 잡아 그 시작 행위 자체를 지우려는 시도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3. 그리고 박중현 님 스스로 내린 결론
같은 글의 마지막 문장을 그는 이렇게 맺었다. 가장 인기 없던 팀이 다른 팀 팬들의 품앗이 응원을 받았던 것이
"우리나라 서포터의 모체가 되었다"고.
시작의 형태에는 인색했던 그가, 그 역사적 위치에 대해서만큼은 가장 정확한 단어를 골랐다. 모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뿌리라는 뜻이다.
4. 세계 축구사가 보여주는 것 — "조직화는 언제나 사후"에 온다
이탈리아 AC 밀란의 'Fossa dei Leoni'는 1968년 경기장 한 구역에 모이던 어린 팬들의 비공식 소모임에서 출발했다. 이름도, 규약도 없었다. 그러나 훗날 정식 단체로 자리잡으며, 그들은 그 원년을 1968년으로 정했다 모임이 시작된 해로.

잉글랜드의 AFC 윔블던은, 법인 설립연도(2002년)와 별개로 전신 구단 Wimbledon FC의 창단연도(1889년)를 공식 정체성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구단이 직접 밝힌 표현을 빌리면 — "새 서류에 적힌 우리의 생년월일은 2002년이 아니라 1889년이었다."

미국 MLS의 시애틀 사운더스 FC는 2007년 설립된, 법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법인이다. 그러나 2023년 새 엠블럼을 공개하며 구단은 '1974'라는 숫자를 새겨넣었다. 1974년은 1983년에 해체되어 법적 연속성이 이미 끊긴, 옛 NASL 시절 팀의 창단연도다. 구단 스스로 이를 "Sounders' founding year"라 명시하며 공식 정체성으로 삼았다. 법인의 설립일과, 구단이 계승하기로 택한 정체성의 연도가 다른 것 — 이는 세계 축구사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조직에 이름이 붙고 규약이 생기는 것은 언제나 나중이다. 사람들이 모여 함성을 지르는 것이 먼저다.
5. 기억 하나로 역사를 재단하는 오류
개인의 회고는 그 시절의 공기를 전하는 귀한 자료다. 그러나 교차 검증을 거친 절대 사료는 아니다. 1995년 5월 20일자 《스포츠조선》 보도, 그리고 본 아카이브(시작 1995)가 기록해 둔 1996~1997년의 작은 이어짐들 — 이것들은 개인의 후일 해석과는 별개로, 그 시절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선의로 남긴 회고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문장 한두 개만 골라내어 다른 구단의 정통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정작 그 글이 담고 있는 두 층위 — 사건과 해석 — 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박중현 님이 글 말미에 남긴, "K리그 구단들이 함께 경쟁하며 성공하길 바란다"는 뜻과도 어긋난다.
6. 결론 — '1995'가 증명하는 것
부천FC 1995가 가슴에 새긴 '1995'는 법인 등기일도, 누군가의 후일 평가도 아니다.
그것은 관중이 아닌 '서포터'로 처음 일어선 사람들의 기록이다. 시작이 사랑이었는지 전략이었는지는, 그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우지 못한다.
그리고 그 시작을 가장 정확히 부른 사람은, 다름 아닌 그 자리에 있었던 박중현 님 자신이었다. 모체 라고.
● 인용 사례 원출처 — 1995년 5월 20일자 《스포츠조선》 보도 · Fossa dei Leoni(1968) · FC유나이티드오브맨체스터·AFC윔블던의 원년 채택 사례 · 시애틀 사운더스 FC의 1974년 원년 채택(2023년 엠블럼 공식 발표)
Fossa dei Leoni (1968년 결성, AC 밀란 울트라스) — Wikipedia: Fossa dei Leoni
AFC Wimbledon 공식 클럽 히스토리 — "우리의 생년월일은 2002년이 아니라 1889년" — AFC Wimbledon 공식 사이트: Our History
Seattle Sounders FC 브랜드 개편 공식 보도자료 (2023) — '1974' 원년 명시 — Sounders FC 공식 발표문
개인 증언 (박중현, 2009년 회고글 원문 대조 완료) — 1995년 봄 동대문파 결성 경위 · 이계원 단장과의 교섭, 단체복·북 지원 · 저자 본인의 "전략적 응원" 평가와 "1997이 맞다"는 개인 의견 · "우리나라 서포터의 모체"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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